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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 조남주

story writer 2022. 7. 30. 19:40

목차



    서영동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의 새 소설

    조남주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는 거의 없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차분한 어조의 그의 글에 많이 공감했고 이후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김지영을 떠올린 정도였을 뿐 작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거나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의 띠지에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의 신작 소설이라고 소개된 부분을 보며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서영동 이야기를 만났다. 

     

    이 소설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집값 문제와 그중에서도 아파트로 대변되는 우리 주거문화와 생활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사사(서영동 사는 사람들)"라는 서영동 지역 네이버카페에서 봄날아빠라는 아이디의 누군가가 올린 글과 함께 아파트와 부동산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파트와 사람들

    아이디 "봄날아빠"는 서영동 부동산 중개업소의 담합을 의심하는 글을 올린다. 자신은 재작년에 서영동에 있는 동아1차와 은라동의 대림2차 중에 고민하다가 동아1차를 매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대림은 1억이상 올랐는데 동아는 그대로인 점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서영동 빼고 서울의 모든 아파트값이 올랐단다.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위해 현실을 바로 알고 대응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다양하다.

    능력있는 부모가 사준 집에서 구직 활동을 하며 사는 남편과 직장생활로 집안을 건사하지만 집사는데 보태지 못한 점이 미안해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사는 아내가 있다. 어느날 퇴직한 친정 아버지가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시작한 이래로 아파트 경비들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악한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는 무례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입주민들에게 수많은 경고 쪽지를 붙이며 바로 잡으려고 해보지만 해고되고 만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몇 동에 사는지에 따라 평수를 알 수 있다.

    유치원이나 학교 엄마들의 모임에서 그것은 곧 서열이 된다. 넓은 평수의 사람이 물질적인 부담을 더 안아주고 매사에 아우르는 것처럼 보이면 자연스럽게 대장이 된다. 엄마들의 문화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나서는 정의파들(?)이 있다. 아파트에도 자산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근처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지하철 입구를 자신의 아파트 쪽으로 돌려내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이득이 되는 것들을 위해서는 구청이든 구의원이든 찾아다니며 민원을 넣고 협조를 요청한다. 그러나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시위를 한다. 아파트 옆에, 학원이 밀집한 건물 옆에 치매노인시설이 들어서면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니까. 

     

    층간소음문제는 또 얼마나 심각한가.

    공동주택에 살면서 서로 배려하고 조심해야 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너무 무심하거나, 너무 예민한 사람들이 모이면 부딪힌다. 내 아이들이 가장 우선이라면 남의 집에도 아이가 있고, 없다고 하더라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일이다. 빠른 판단으로 전세에서 내집 마련으로 갈아타고 조금씩 평수를 늘려 이제는 40평대의 넓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지만 아래, 위층과의 층간 소음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집은 어떤 곳일까

    최근 몇년동안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아파트 값이 들썩였다. 상상하지도 못한 가격으로 매매가 이루어졌고 마음이 급한 2030세대들은 자기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다받친 대출을 감행해야만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빈익빈부익부의 오래된 문제를 넘어서 세대간의 갈등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집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공유하며 외부의 힘듦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곳,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에서 집은 자산가치로만 평가되고 있다. 부동산을 통해서만 자산을 늘릴 수 있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한탕주의가 팽배해 있다. 비싼 곳보다 내가 살 곳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그저 물리적인 공간일 뿐인 집을 얻으려고, 그 집을 지키려고 자신을 잃어가는 일이 너무 많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무척 어렵고 괴롭고 부끄러웠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 이 소설의 마지막 느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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