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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지구인 정세랑 작가 예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희안한 제목의 소설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주는 강렬함 때문이기도 했고 뭔가 찐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나도 모르게 책을 폈던 기억이 난다. 그 소설의 제목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다. 작가의 이름은 생소했고 웹툰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마디로 황당했다. 아니다. 당황했었다. “뭐? 진짜 외계인이라고?” 어린 애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 소설류인가 싶었다. 그런데 참 묘하게 빠져들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그 외계인을 묘사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확실한 단어와 문장이 아니라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 이미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따듯해졌었다. 그 외계인 이야기를 쓴 .. 2022. 4. 7.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제레미 머서 휴머니즘의 성지, 셰익스피어&컴퍼니 프랑스 파리 센 강변,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자리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이 있다. 이 서점이 문을 연 것은 1919년 11월이었다. 프랑스에 있는 미국 교회의 목사를 돕기 위해 파리로 이주한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온 실비아 비치는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영어서적 서점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아 원조 셰익스피어&컴퍼니의 문을 열었다. 이 서점은 파리에 있는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의 축이 되었다.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파운드 같은 사람들이 책을 빌리고 문학을 토론했고 홍차를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회고록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에도 이 서점이 소개되었고,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의 원고를 편집하고 출판 자금을 모은 사람.. 2022. 4. 5.
빛을 두려워하는 - 더글라스 케네디 다시 만난 더글라스 케네디 오랜만에 더글라스 케네디를 다시 만났다. 한동안 그의 소설에 빠져 정주행을 했었다. '빅 픽처', '오로르', '고 온', '데드 하트', '픽업' 등 도서관에 있는 그의 소설은 모두 빌려 읽었다. 도대체 이 무궁무진하게 샘솟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신기해하면서. 코로나19로 늘어난 저녁과 주말 동안 그의 소설이 무료한 나의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었었다. 그리고 한동안 뜸했었다. 최근에는 소설보다 비소설을 많이 읽었고 다양하게 관심가는 책들을 읽다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나보다. 그러다 다시 그의 책을 발견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을 더 사랑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 2022. 4. 4.
알고 보면 반할 지도 - 정대영 책의 제본에 먼저 반할지도 책을 펼쳤을 때 책 양쪽이 활짝 젖혀져서 제본이 잘못된 건가 싶어 깜짝 놀랐다. 가끔 그렇게 낱장으로 흩어지는 책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실’로 책장의 접히는 한가운데를 묶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었고 이렇게 묶인 여러 묶음들에 앞뒤로 표지를 붙여 다시 한권의 책으로 제본한 방식이다. 고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고서 같은 방식으로 색다르게 제작된 제본방식에 먼저 반하여 신기하게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정대영은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박물관 큐레이터이자 지리학박사이다. 사실 지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내가 아는 고지도라고 해봐야 역사시간에 배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유일한 정도인데 우리 역사에서 지도 이야기를 .. 2022.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