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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고서점

    휴머니즘의 성지, 셰익스피어&컴퍼니

    프랑스 파리 센 강변,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자리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이 있다. 이 서점이 문을 연 것은 191911월이었다. 프랑스에 있는 미국 교회의 목사를 돕기 위해 파리로 이주한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온 실비아 비치는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영어서적 서점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아 원조 셰익스피어&컴퍼니의 문을 열었다.

     

    이 서점은 파리에 있는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의 축이 되었다.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파운드 같은 사람들이 책을 빌리고 문학을 토론했고 홍차를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회고록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에도 이 서점이 소개되었고,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의 원고를 편집하고 출판 자금을 모은 사람도 실비아 비치였다고 한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동안 서점은 폐점되고 실비아 비치는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녀는 은퇴했고 다시는 서점은 열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뒤 파리에서 비슷한 서점이 다시 문을 열었고 미국인이고 몽상자이자 방랑가인 작가 조지 휘트먼에 의해서였다. 조지는 이곳에서 길 잃은 영혼과 가난한 작가들을 위해 음식과 잠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책도 빌려주었다. 점차 서점은 파리의 명소가 되었고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 

    파리에서 찾은 안식처

    이 책의 작가인 제레미 머서는 1999년까지 캐나다 오타와 시티즌에서 잘나가던 사회부 기자였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 알고 있던 절도범이 알려준 금고털이사건을 자신의 책에 넣으면서 절대 밝히지 말라고 당부한 사실들과 그의 이름까지 넣는 바람에 그 범죄자로부터 협박을 받게 된다. 두려움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그는 일주일 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무작정 파리로 도망쳤다.

     

    이렇게 도망쳐온 파리에서 한 달쯤 지나고 남루한 생활을 하던 제레미는 우연히 비를 피해 들어갔던 오래된 서점에서 열리는 홍차 파티에 초대된다. 그리고 변장한 천사들일지 모르니 이방인을 친절로써 대하라'는 글귀가 쓰여진 문을 지나 들어간 방에서 이 서점의 주인인 조지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날이후 그곳에 머무르게 된 제레미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되고 그곳은 파리에서 그가 찾은 안식처가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올듯한 독특한 구조의 고서점에서 일어난 판타지 소설 같은 이 책의 첫머리에서 작가는 약간 축약 또는 수정된 것이 있고 등장인물의 이름이 변경되긴 했지만 이런 점들만 빼면 이 이야기는 이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파리와 셰익스피어&컴퍼니에서 겪은 일에 대한 제레미 머서의 회고록이다. 서점이지만 서점 같지 않은 그곳에서는 방세를 대신해 서점 일을 돕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계속하며 조지와 서점 식구들의 독특한 삶을 발견한다. 이곳에서 제레미는 '킬로미터 제로'라는 컬트문학지를 창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협박했던 범죄자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이제는 평범한 세일즈맨이 되어 잘 살고 있다는 이메일을 받는다. 그 범죄자는 제레미가 책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 오히려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고 고마워한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게 된 제레미는 서점에서의 생활을 책으로 남기게 되었고 지금은 성공한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셰익스피어&컴퍼니에서 조지와 함께했던 시간이 자신을 바꿔놓았다고 회고한다. 

    서점에 대한 추억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사랑한다. 어느 날부턴가 내가 사는 도시에서 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건지 인터넷 서점이란 변화의 물결에 떠밀려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어릴 적 서점은 몰래 숨어 책을 읽던 추억의 장소였고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그런 추억들이 사라지는 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이제 개인이 하던 지역 토박이의 서점들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다만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형 서점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다. 여전히 그 시절 그 서점들이 그립지만 변하는 세상과 함께 또 그 새로운 서점들을 전전하고 있다.

     

    이 책을 골랐을 때 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저 서점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고 서점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오래전 파리 여행을 갔을 때 그 서점을 찾아보았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다음 파리 여행에는 꼭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에서 글로 읽은 셰익스피어&컴퍼니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다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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