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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 삶의 이야기

    흐르는 강물처럼은 파울로 코엘료의 산문집이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 며칠 전 코엘료의 소설 아처를 읽은 후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책장에 꽂힌 그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전세계 신문과 잡지에 게재된 글들로 작가가 되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화와 다른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들,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일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흐르는 강물처럼살아온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는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인생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십대 시절에는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청년시절에는 브라질 반정부 활동을 하다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 후, 저널리스트, 록스타, 작가로서의 이력을 쌓아가다 모든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산타이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다음해 우리가 다 아는 연금술사를 발표하여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을 엿볼 수 있고 우리가 어떻게 세상과 연대하여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작가는 일 년 중 반은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나머지 절반은 프랑스 피레네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의 방앗간 집에서 보낸다. 이 책에는 그런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피레네에 있는 방앗간을 개조한 집을 사서 그곳에서 실로 아무도 없이 조용한 삶을 산다. 그 곳은 저 멀리 다른 나라의 전쟁 보다 그날의 일기예보가 가장 중요한 시골사람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곳에서의 일상은 흐르는 시냇가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 그것은 작가에게 명상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작가로서의 자신의 일은 계속된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신화를 이루었고, 거기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부지런히 글을 쓴다. 아무도 없는 세상과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된 글쓰기가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이 글들에서 보는 코엘료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매일 하던 산책도 활쏘기 연습도 힘들었던 비바람 치던 어느 날을 기록한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딱히 할 일이 없는 날, 초조함에 시달리던 코엘료가 겨우 생각해 낸 일은 풀이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차를 타고 시내로 풀을 사러 나갈까 하던 작가는 거기서 생각을 멈춘다. 가만히 앉아서 좀 쉬는 게 왜 이리 어렵단 말인가. 그리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몇 시간만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차츰 불안이 사라지고 스스로와 대화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귀 기울여야 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을 대변하는듯하여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론 코엘로의 정리처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내 영혼과 대화할 생각까지 미치지 못하는 나의 생각의 짧음에 부끄러워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코엘료는 다르게 여행하기에 대해 들려준다. 그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충분한 시간과 분명한 목표가 없다면 박물관은 피한다. 무엇을 봤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안고 박물관을 나서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 도시의 삶을 보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술집에 간다. 최고의 여행 가이드는 현지 사람들이므로 거리로 나가 얘기하고픈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 마음을 열라는 말이다. 그리고 여행은 혼자서 가되, 결혼한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간다. 단체로 몰려다니는 여행을 반대한다는 말이다. 여행의 목적은 다른 이들의 삶을 보러 떠나는 것이므로 물가, 위생, 삶의 질, 교통수단 등 그 어떤 것도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모두가 우리를 이해하는 것이 여행이므로 겁내지 말 것과 너무 많이 사지 말고 좋은 공연, 근사한 식사 등 운반할 필요가 없는 것에 쓰라고 한다. 기껏해야 며칠씩 머무는 도시에서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하지 말고 여행은 모험이니 미지의 무언가를 탐색할 자유를 만끽하라고 말해준다.

     

    열정으로 이루는 삶

    코엘료는 활과 화살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활쏘기에 매료된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리해서 앓아눕고 혹한에서 버티다 저체온증에 걸리기도 하고 잘못된 자세로 근육염증을 앓기도 하면서 활쏘기의 매력에 빠져있다. 오랜 동안 시위를 정확한 동작으로 당기지 못한 그에게 스승은 호흡법을 알려준다. 왜 진작 가르쳐주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그에게 시작할 때 알려주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며 이제는 스승의 말을 믿고 연습할 것이라고 믿기에 가르친다고 했다. 사년 후 활쏘기를 완벽하게 터득한 코엘료가 스승에게 이제 자신도 길의 반은 온 것이라고 기뻐하며 말하자 스승은 이렇게 대답한다.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의 구십 퍼센트는 간뒤에, 그것을 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습니다.”

     

    우리의 스승 코엘료에게는 그에게 삶의 지표를 알려준 좋은 스승이 있었으며 또한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러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 코엘료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어렴풋하게 내 안에서 살고 있는 그것을 열정으로 끌어내어 제대로 된 형태로 만들어 질 그 날을 기다린다.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경지의 나를 완성할 수 있는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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