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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표지

    철학자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

    나에게 철학은 늘 난해하다. 철학자의 삶과 그들의 이론을 접할때 마다 언제나 그런 생각이 나를 방해한다. 학교때부터 소크라테스는 큰 산이었고 반드시 알아야만 지식인인 척 할 수 있을 것 같은 까닭모를 의무감에 시달렸지만 "소크라테스의 변명" 조차도 결국 완독하지 못했고 그의 삶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 몇가지로 그를 기억해 왔다. 무릇 소크라테스 뿐일까. 모든 철학자들이 다 그렇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몬 베유"나 "세이 쇼나곤" 처럼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철학자들도 있다. 철학책은 늘 부담스러웠다. 꺼내들 때는 비장한 결심을 하지만 결국 마지막 장을 읽은 책은 거의 없었던 듯하고 그나마 끈기있고 들고 있었던 책들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솔직히 말하면 철학자의 삶과 그들의 사상을 얄팍하게나마 이해하고 알아두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좋은 서평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주기도 했지만 막상 손에 들었을때 읽어나가기 쉽지 않다면 무용지물일 뿐일텐데 친근한 구성과 톡톡 튀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고 기차여행에서 느끼는 작가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철학자의 사상에 대한 소개가 에세이처럼 가볍게 다가왔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크게 3개의 묶음에 14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와 관련된 철학자들의 삶을 소개하고 그 안에 깃든 그들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준다. 새벽, 정오, 황혼의 3부로 나누어진 구조가 흥미롭다. 그 많은 철학자 중에 14명을 골랐고 이는 동서양을 막론한다. 그들의 지혜를 시간대별 구조에 맞게 배치하고 작가의 현재와 그들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철학자에 대해 알려준다. 매주제의 시작은 작가가 글을 쓰는 시간, 공간, 타고 있는 열차와 목적지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어쩌면 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느낌, 자신의 일상에 대해 기록한 글이 시작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무슨 말일까. 아침을 시작하는 마르쿠스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가.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시작했지만 제목은 역시 인터넷 뉴스에서 시선을 끌기위한 그 무엇일 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삶과 그의 사상에 대해 소개한다. 명상록의 내용을 인용하여 침대에서 나오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명료하게 그의 사상을 끌어낸다. 이렇게 14명이 철학자를 끌어낸다. 물론 그의 말처럼 철학자로 인정받지 않은 간디와 같은 인물도 있지만 누군가의 규정으로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사상을 정립하고 실천하고 전달하는 행위는 철학자의 그것이다.

    여러 철학자 중에서도 나의 관심은 소로와 베유에게 가있다. 월든을 읽으면서도 소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의 삶에서 철학적 요소가 있기는 한 것인지, 그의 사상이 왜 남다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었다. 초월주의자라고 불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가 살던 시기에 그가 살던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괴짜로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 없는 자기 점검"을 통해 성찰하는 삶을 살았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소로는 성인이 된 후 거의 쉬지 않고 일기를 썼고 열네 권에 걸쳐 2백만 단어에 달하는 일기를 썼다. 이 기록에서 비로소 소로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소로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로처럼 콩코드를 거닐면서 오래 보고 생각하고 실체애 대해 주관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시몬 베유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철학자이다. 작가는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2부 정오의 범주에 그를 배치했다. 배유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꼈다고 한다.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난방도 하지 않은 아파트에 살았고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잠을 잤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관심에 대한 베유의 급진적 견해를 설명해준다. 관심은 용기나 정의와 다르지 않은, 똑같이 사심없는 동기가 요구되는 미덕이라고 했다. 관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진정한 관심은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인지 뿐 아니라 그 사람을 인정하고 공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베유를 기억하고 그녀의 삶을 말해준다.

    이렇게 14명의 철학자에 대해 주제에 따른 접근 방식으로 쉽게 소개하고 설명해준 덕분에 막힘 없이 이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또는 그 철학자에 대해 생각날 때마다 이책을 꺼내들 것 같다.

     

    철학에 유식한 나를 만드는 방법

    이 책은 시작부터 무서운 철학이야기가 아니라 기차를 좋아하는 저자가 기차여행에서 느끼는 자신의 이야기와 연관하여 자연스럽게 철학자를 소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접근하기 쉬운 책이다. 철학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들면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흐름이 편안하다. 이 책을 쓴 에릭 와이너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천재다. 어쩌면 열정적인 노력파일지도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독서와 공부를 해야 이렇게 정리된 책을 쓸 수 있을까 감탄스럽다. 이책을 통해 만난 철학자와 그들의 이야기로 조금이나마 지적 갈증을 해소한 느낌이고 그나마 철학과 철학자에 대해 조금 아는 체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인 에릭 와이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책과 관련해서 나와 닮은 철학자 찾기가 유행이다. 몇 가지 주어진 질문에 답하면 나와 어울리는 철학자를 알려준다. 나의 경우는 정확하게 욕망하는 사람 "에프쿠로스"란다. 행복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고 그 행복이란 누구든 얻을 수 있는 것이란다.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하지 않는 사람으로 향락주의자가 아닌 평정주의자라고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인가 싶지만 나이가 들면서 매사를 평온하게 보게 되고 크게 답답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인 듯하다.

    좋은 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이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그러하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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