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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잔 샤키야 네팔이야기

     

     나에게 네팔은 히말라야와 함께 신비함으로 인식되는 나라이고 딱히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미지의 나라였다. 신간이라고 소개된 책들의 리스트를 보다가 문득 네팔에 대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이는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해서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네팔에 대해 무지한 나의 상식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볼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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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수잔 샤키야가 들려주는 네팔 이야기

      수잔이라는 이름의 네팔 청년이 방송에 등장한지도 꽤 오래전부터인지라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을 한두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한 이름일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방송에서 본 그 네팔왕자 '수잔 샤키야'가 자신의 이야기와 네팔의 사회상을 담은 책이었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친구에게 듣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도 수잔이라는 인물의 익숙함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지극히 종교적인 나라'라는 네팔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조용히 여행하는 기분으로 네팔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 이 책에 소개된 수잔 샤키야 (저자 소개 옮김)

         -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나고 자랐다.

         - 단국대학교에서 도시계획을 전고하고 한국에 13년째 거주 중이다.

         - 2014년부터 종영 때까지 JTBC 비정상회담에서 네팔 대료로 참여했다.

         - 현재 군용 낙하산을 제작하는회사에 다니며 통번역-방송-강연 등 늘 새로운일들에 도전하고 있다.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수잔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오지랖 덕분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아빠 친구와의 친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부모님이 자신에게 한국행을 권유했고 비자 발급 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생활이 벌써 13년째라고 하니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맨먼저 수잔은 전통적인 인사말인 나마스테에 대해 알려준다.  '나마스테'라는 인삿말은 이미 익숙하지만 솔직히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마스테'는 힌두교 사회의 질서를 보여주는 인사말로 "내안의 신이 당신안의 신을 존중한다"라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잔은 책의 부제에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이라고 네팔사람들을 표현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딱맞는 문구이다. 여전히 관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급격한 변화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문화가 바탕에 깔려 도전할 마음을 갖기 힘들고 젊은이들은 이를 답답해 한다고 한다. 

       

      네팔은 힌두교도가 전 국민의 8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지극히 종교적인 나라이면서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권위적인 나라이다. 같은 부족 안에서만 결혼을 권장하고 여전히 부모의 결정에 의한 중매결혼이 일반적이다. 그 와중에 인도인과 결혼한 수잔의 첫째 여동생 이야기도 재미있다. 워낙 폐쇄적인 연애, 결혼문화 덕분에 네팔에도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네팔은 인도에 둘러싸여 지리적으로 고립된 나라이다. 한국에서 네팔 맥주를 맛보기 힘든 이유가 비싼 물류비용때문이라고 한다. 바다가 없으니 비행기로만 실어와야 해서 단가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네팔음식점에만 소량 보급되는 정도라고 한다. 만약 배로 제품을 보낸다면 육로로 인도를 거쳐 네팔로 들어가는데 인도가 최대 300프로의 관세를 붙인다고 한다. 2000만원 짜리 한국산 자동차가 배로 인도에 도착해서 네팔 시장까지 가면 8000만원에 육박하게 되고 기타 비용등을 합치면 1억원짜리의 값비싼 자동차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수잔이 알려주는 네팔 여행에 대한 중요한 팁이 있다. 한국사람들은, 특히 어르신들이 귀여운 개를 보면서 "된장 발라버릴까 보다"라는 농담을 한다. 네팔에서 개는 수호신이고 '개의 날'이 있을 정도로 존중받는다고 한다. 읽으면서 나는 빵 터졌는데 과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이 말을 알아들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수잔이 네팔사람인지 한국사람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팁은 힌두교를 믿는 네팔에서 '소'에 대한 농담을 절대 피하란다. 네팔에서 소를 잡으면 바로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네팔사람들에게 소고기가 들어간 라면을 선물하는 것도 금기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지극히 사적인 네팔에서 한국살이 13년째인 수잔은 이제 소고기도 잘먹는 건강한 청년이 되어 있다.

       

       

      또한 우리가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이 한가지 있다. 석가모니의 탄생지는 인도가 아니라 네팔의 룸비니 지역이다. 인도와 가깝고 네팔이라는 나라가 없던 시기에 태어나긴 했지만 네팔에서 석가모니가 인도사람이라고 하는건 한국에서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는 것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란다. 여행을 하게 되면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한 눈을 가진 히말라야 사람들

      네팔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네팔 사람들의 선한 눈"에 대해 말한다. 책의 추천사를 쓴 알베르토 몬디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은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선한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낯선 이들을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지만 수잔을 통해 네팔을 만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트레킹에 능한 체력은 아니지만 히말라야 근처라도 가보고 싶고 수잔의 고향 카트만두에서 선한 눈을 가진 그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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