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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편견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베스트셀러로 회자된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동안 계속 궁금했었지만 제목에 대한 선입견이 나를 망설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을 보며 말 잘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가르치는 책인가 싶었다.
이 책을 본 사람이라면 나의 이 생각에 어의가 없을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에 워낙 비슷비슷한 책들이 많은지라 잠시 베스트셀러라 떠드는 책들에 크게 관심을 귀울이지 않는, 내 안에 자리한 편견덩어리가 그렇게 이끈 것이다.
언어에 온도가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을 만났다. 사람사는 이야기들을 조용한 어조로 자분자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듯함과 차가움이 있다" 라고 쓰여 있다.
작가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온도의 말은 상대에게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힐 수 있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며 각자의 언어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보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세개의 장으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다.
1부 말(言), 마음에 새기는 것, 2부 글(文), 지지 않는 꽃, 3부 행(行), 살아 있다는 증거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과 자신이 눈여겨 본 장면들을 작가만의 감수성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단어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여 이 책이 많은 준비 끝에 탄생한 '책'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기주 작가에 대한 생각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때론 연상되는 '어머니, 어머니'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책의 첫 장에 작가를 소개한 짧은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그의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사는' 삶의 중심에 "어머니"라는 큰 힘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기주 작가는 스스로 사람들의 말을 엿듣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중한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모아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인 듯하다.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못하고 무심히 넘길 법한 것들을 세심하게 기록하여 이야기로 들려준다.
말과 일상
언어는 단지 소통의 수단 만이 아니다. 그 언어에서 느껴지는 온도에 따라 울고 웃고 마음상하고 때론 한없이 따듯해지기도 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연결하는 무형의 말이, 모니터나 책으로 읽혀지는 글이 우리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했던가 되돌아보게 된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과장되게 표현하며 나를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친구의 간절함을 알지 못하고 차갑게 말끝을 잘라버린 것은 아닐까.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며 말한다는 것. 나와 주변을 따듯하게 유지해 주는 길일 것이다.
노력하는 말하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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