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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는 이 책을 읽은 우리가 세상을 조금이나마 다르게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무언가가 우리를 가로막는다고 느낄 때 거기서 가능성을 볼 수 있기를, 혼란 속에서 동료애를, 한 송이 민들레에게서 우리를 향한 격려를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졌던 선입견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여지없이 깨졌고 다시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책에 대한 오해

    처음에 딸아이의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만났다. 나와는 상관없는, 아니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과학책인가 싶었다. 등 뒤에서 아이가 엄청 화제가 된 책인데 읽어 봤냐고 물었다. 처음 보는 책이고 과학책은 힘들다고 답했더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했다. 아...갑자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라니...그럼에도 화제가 된 책이라니 호기심이 일어 빌려 나왔다.

     

    책의 표지 부분에 손글씨로 들어있는 작가의 말을 본 후, 이 책이 단지 물고기 이야기나 과학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오해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데이비드 조던은 1851년 뉴욕주 북부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태어났다. 별을 사랑해 천체를 정복해 나갔고 지도에 열정을 보였으며 꽃들과 풀들에 집중했다. 그러던 그의 인생은 페니키스 섬에서 이루어진 루이 아가시의 연구팀에 합류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자였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지치지 않고 일했고, 그 결과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이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었다.

     

    룰루는 이 광적인 분류학자와 그의 삶에 대해 추적한다. 그러한 작가의 태도에 알지 못했던 조던에 대한 존경심이 나도 모르게 자라나는 느낌으로 책을 따라갔다.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오해를 발견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명히 열정적인 연구자였고 학자였지만 자기 아성을 지키기 위해 스탠퍼드 창립자의 부인을 독살한 혐의(미제사건)가 짙어 보였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부적합한자를 몰살하는 것이라 권고하는 책을 썼으며 미국에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감금당하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불임수술을 받도록 이끌었다. 그가 과학적 권위를 갖고 옹호하고 미국 땅에 널리 보급된 단어가 바로 우생학*이다.

     

    *우생학은 1883년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 과학자가 만든 단어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기술을 "우생학"이라 불렀으며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혼돈 속에서 인간의 삶

    작가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와 오래전 연인, 지금의 아내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는다. 무수한 아픔을 겪은 가족 개개인의 이야기,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과 기다림, 거기에 양성애자라는 개인적 취향까지 드러내며 혼돈 속에서 치열하게 이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룰루는 조던이 주창한 우생학 이론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그들이 겪은 아픔에 공감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밝혀낸다. 학문적 권위와 명성을 이용하여 그릇된 주장을 펼친 소수의 인간들이 얼마나 무수한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았는지 용기있게 대변한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으로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달 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 지우기에 나섰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분류학이니 분기학이니 하는 학문의 구분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전 세기, 조던과 같은 분류학자들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믿었던 '물고기'에 대해 1980년대 새로운 분류학자들(분기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이들의 제1원칙은 타당한 하나의 집단은 특정한 한 조상의 모든 자손을 포함해야 하며, 다른 것은 하나도 포함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또다른 큰 원칙은 "누가 누구와 가까운 관계인가?"라는 가장 단순한 듯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과 관련된다. 물속에 사는 서로 다른 온갖 종류의 생물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 우리가 어류에 대해 해온 일이라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명확하게 옮겨 적을 수 없는 것은 나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며 책에 쓰인 설명들을 다시 옮길 만한 능력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숙한 나의 설명으로 인해 혼돈을 겪지 말고 책을 통해 찬찬히 이해해 가시길 바란다.

     

    우리가 믿고 있었던 사실들 중에 일부는 결국 앞선 누군가가 정의해 놓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나약함과 불성실함으로 인해 밝혀져야만 하는 진실을 묻어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에 작가의 감사의 말과 함께 그녀가 추천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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