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빵으로 읽는 세계사

     

     

    나는 빵을 좋아한다. 건강한 식사빵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마카롱 같은 달콤한 디저트류도 물론 좋아한다. 예전에 어떤 계기로 제빵을 잠시 배웠다. 초보수준의 베이킹과정에서 스콘, 머핀 같은 쉬운 빵부터 당근케이크, 바나나케이크 등을 만들어 본 정도이다. 그때의 기억으로 아이는 빵 만드는 엄마를 기억하고 있지만 직장으로 복귀한 후 완전히 멀어져 버렸다. 그나마 맛있는 동네 빵집을 찾아 바게트, 잉글리시 머핀, 식빵 등을 사와서 먹는다. 빵을 만들던 그 시절의 여유를 그리워하면서.

     

     

    작가이야기

    작가는 딸의 생일 선물로 주려고 쓴 세계사 책으로 '창비 청소년 도서상' 공모에 응모하여 대상을 받게 되면서 세계사 작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도 그가 쓴 여러 권의 세계사 책 중에 하나이다. 요즘은 세계사도 특정 주제나 매개체를 통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유행이다. 시간 순으로 나열된 재미없는 역사책은 교과서만으로 족한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10가지 빵을 소개하면서 시대적 배경과 사건들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빵을 좋아하는 우리는 모두  맛있는 빵을 먹듯 재미있는 세계사 이야기를 즐겨보자.

     

     

     

    10가지 빵 속에 담긴 역사

    '인류는 언제부터 빵을 먹기 시작했을까? 최초의 빵은 어떤 모양과 맛이었을까?'라는 질문의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으나 현재 밝혀진 바로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속하는 요르단이 최초로 빵을 먹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숯으로 변한 빵 조각들이 발견되었고 연대측정을 해보니 1만 4,4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의 빵에는 효모가 사용되지 않았고 부침개처럼 납작한 모양의 플랫브레드(납짝빵) 형태였다. 고대빵의 흔적은 성경에서도 여러 차례 발견된다.

     

    야생밀의 원산지로 꼽히는 트랜스 코카서스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밀로 만든 빵문화에 관한 공통점이 많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터키의 일부지역이 포함된다. 이 지역에는 동네사람들이 모여 '라바시'라는 플랫브레드를 함께 만드는 풍속이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등록되었다. 인도와 주변 나라들에서 널리 먹는 '난(naan)'과 '차파티(chapati)'도 납작빵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워도우(sough dough)란 천연발효종을 사용하여 반죽하고 숙성시켜 구운 빵을 말한다. 우유나 달걀, 버터 없이 밀가루와 소금, 물과 천연발효종만 넣어 만든 이 빵은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크게 발전했다. 메소포타미아지역의 플랫브레드가 이집트에 전해졌고, 이집트에선 발효빵을 개발하여 널리 퍼져나갔다.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진흙을 이용해서 항아리나 화분 모양의 그릇을 빚어 사용했는데 그 안에 빵 반죽을 넣은 뒤 불위에 익혀서 부드럽게 부푼 빵을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제조된 빵의 종류는 40여 가지가 넘었으며 그 빵으로 맥주를 빚어 먹기도 했다.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노동의 대가로 빵과 맥주를 급여로 받았다. 피라미드 건설 현장 인근에서 빵굼터와 양조장이 발견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로마를 거치면서 빵은 광대한 로마제국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1세기경 화산폭발로 사라졌던 도시 폼페이에서 발견된 옛날 오븐은 이탈리아에서 빵의 오랜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 화덕 오븐을 이용해 빵, 포카치아, 피자 등을 구워내면서 빵만드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마카롱은 프랑스 대표 과자로 알려졌지만 이탈리아보다 꽤 늦었다. 밀가루가 아닌 아몬드가루로 만들어 비싼 디저트인 마카롱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국왕 앙리2세와 결혼하면서 준비한 혼수품 중의 하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마카롱이 프랑스로 전해 졌을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작된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와 프랑스 왕가의 인연은 프랑스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오래도록 이어진다. 

     

    유럽 열강들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대에 유럽의 빵이 여러 곳으로 전파되었다. 마카오 여행에서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맛보았다. 대항해 시대 마카오를 점령한 포르투갈의 맛이 전해져 오늘날까지 이어진 덕분이다. 일본의 카스텔라도 포르투갈의 수도사가 전파한 빵으로 유명하다. 포르투갈이 빵의 역사에 한몫을 한 셈이다. 필리핀의 국민빵 '판데살'은 스페인어로 소금빵이다. 스페인의 긴 식민통치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의 전통빵인 토르티야는 옥숫수가루를 반죽해 둥글고 납작하게 구운 무 발효빵이다. 토르티야 위에 볶은 고기와 토마토, 양상추 등을 얹고 칠리소스를 뿌린 후 반으로 접으면 '타고'가 되고 고기, 콩, 생토마토 등을 넣고 김밥모양으로 말면 '부리또', 토르티야를 튀기거나 구우면 '나초', 치즈, 채소, 고기 등을 넣어 반으로 접은후 구워내면 '케사디야'가 된다. 이렇듯 토르티야를 이용한 음식은 정말 다양한다. 옥수수의 원산지인 멕시코다운 빵이다. 평화롭게 살던 멕시코인들의 삶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완전히 바뀐다. 온갖 핍박과 더불어 천연두, 홍역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려 카리브해 주변 열 섬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구가 1500년대에 90퍼센트가 감소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300여 년간 계속된 스페인의 지배 하에서 멕시코와 점령군인 스페인 간의 처절한 피의 역사가 이어진다.

     

     

    베이글은 16세기에서 17세기 초반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먹던 빵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슬람법에 의해 무슬림에게 허가된 '할랄'처럼 유대인에게도 율법에 의해 허용된 식품이 '코셔'이다. 이 율법에 의해 코셔 식품을 만들다 보니 전통 베이글에는 버터는 물론 우유, 계란, 설탕조차 첨가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화, 세계화되면서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베이글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빵은 러시아인들이 주식으로 먹었던 흑빵이다. 흑빵은 15세기에 흉년이 들었을때 러시아인들이 보리, 콩, 옥수수 등에 이스트를 넣어 만든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날 따듯한 난로 옆에서 뜨끈한 수프와 함께 먹는 흑빵은 가족들을 한자리로 모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손님을 초대하면 식탁 위에 흑빵과 소금그릇을 올려놓는데 환영하고 대접한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한다.

     

     

    쉽고 재미있는 세계사

    인류의 역사는 빵의 역사다. 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명제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준 역사 이야기이다. 어렵고 딱딱한 역사가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빵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과 거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쓴 작가답게 쉬운 말로 글을 풀어주고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모든 빵들이 최초에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건 간에 수많은 시간 속에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우리가 먹는 맛있는 빵들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새로운 요소들로 빵을 변화시키며 역사의 흔적을 함께 남기고 있다. 후세에 전해질 빵을 얻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무엇으로 표현될까. 오늘도 맛있는 빵을 먹으며 이 빵에 깃든 역사를 함께 생각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