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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가 두려운 우리에게
뉴욕의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딸을 보며 자신도 커리어를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배움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는 일이 가능할지, 어른이 되어서도 초보자로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결론은 할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시도한다. 흔히 갖는 어른초보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일단 해보기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나간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난생 처음 체스, 노래, 서핑, 저글링, 그림, 보석 세공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가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일단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어쩌면 포기하고 살았던 우리의 버킷리스트를 다시 꺼내 보자.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번 생이 끝나기 전에.
초보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사실 우리는 높은 성과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모든 행동에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살아왔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성공, 성취,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이 하고 싶은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10년 전 로드 사이클링을 시작했던 작가는 처음의 온갖 실수를 딛고 차츰 실력이 향상되기 시작했고 이후 5000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면서 스스로 ‘프로’라는 자부심이 생겼고 어느 정도 마스터한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클링에 많은 것을 쏟아 부을수록 더 많이 연습해야 했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했고, 더 비싼 장비를 사들여야 했다. 함께 자전거를 탄 숙련자들은 커피나 간식도 하지 않고 엄격한 식단관리와 혹독한 사이클링으로 자학적인 쾌락을 즐겼다. 즐겁기 위해 시작한 취미에 죽자고 덤비는 상황이 생긴 거다. 어느 순간 작가에게 사이클링은 반드시 성공하고 성취해야 되는 ‘일’처럼 느껴졌고 결국 자유를 찾아 그 세계를 벗어났다고 한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무언가를 배우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 ‘스트레스 완화제’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배우는 행위는 우리 뇌에 이롭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학습을 유도하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 좋다. 한 연구에서 58~86세의 성인들에게 스페인어, 작곡, 미술 등을 다양한 수업을 동시에 듣게 했더니, 수업을 듣지 않은 통제집단보다 뇌가 30년쯤 전으로 돌아간 수준으로 인지능력이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실수를 하는 것은 다반사이지만 초보자들이 맞닥뜨리는 전형적인 문제 중 하나가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다. 과도한 목표를 세우면 의욕이 불타오르겠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만큼 의욕을 더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른초보자에게 ‘목적’은 배우는 것 그 자체가 되어야한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초보자라는 멋진 일
늘 핑계가 많다. 회사 일로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너무 피곤해서. 그렇지만 실상은 퇴근 후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주말엔 늦잠으로, 의미없는 수다와 잡담으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몇 달 전에 동생에게서 얻은 우쿨렐레가 방 한구석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당구를 배워볼까도 생각했었다. 생각만 말이다. 그러나 완전히 생짜배기로 새로운 것을 배운다면 굳어버린 몸과 마음이 받아들여 줄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고 나의 게으름과 무지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은 우리에게 배울 기회를 무한하게 제공한다. 온라인상에는 여러 가지 학습 플랫폼들이 있다. 배우려는 노력만 있으면 시간적, 공간적, 물질적 제약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모든 걱정은 접어두고 뛰어들어 보자. 초보자는 언제나 멍들고 상처 입고 발을 헛디디고 실수하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시 초보자가 되는 일은 멋진 일이다. 배운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많은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인생이 끝나기 전에 일단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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