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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공간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역사를 기록한 책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같은 문화예술 분야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해서 유구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적인 공간을 소개한다. 작가는 이렇듯 역사를 결정짓는 50개의 장소를 통해 이곳들이 인류 역사에 끼쳤던 영향과 역할에 대해 기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대의 이야기를 품은 특별한 공간, 땅 위에 남겨진 역사
먼저, 이 책의 흐름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올두바이 협곡(탄자니아)과 멍고호(오스트레일리아)가 소개된다.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현생인류가 출현했던 지역이다.
두 번째로 고대 문명이 최초로 발생한 지역인 메소포터미아의 초승달 지역, 나일강, 황허강 등 11곳이 소개된다. 중아시아 인문주의의 원형이 고대 중국 사상가 공자의 생가와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었던 보리수나무가 있는 장소가 소개된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알 수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문화의 발전기인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장소 13곳이 이어진다. 중세시대 아시아와 연결하는 통로였던 터키해협과 모세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모 마리아 교회, 무슬림의 성지인 히라동굴 등이 소개된다. 또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멕시코의 도시 테노치티틀란과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와 함께 반가운 우리의 경복궁이 조선 최고의 법궁이라고 소개되고 있어 무척이나 반갑다.
전쟁과 절대 왕정으로 표현되는 근대시대는 노예문화와 제국주의 건설 등과 관련된 6개의 장소가 소개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융합이라고 알려진 알함브라 궁전과 제국주의 시대, 대항해가 시작된 벨렘 교구 등이 소개된다. 산타 마리아 데 벨렘 교구는 리스본의 서쪽 끝 항구에 있다. 이곳에는 1497년 신항로 개척에 성공하여 인도와 동아프리카지역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 ‘바스코 다 가마’를 기념하여 벨렘탑이 세워져 있다.
다섯 번째 혁명의 시대에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노예무역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던 시기에 가장 큰 규모로 성공했던 노예봉기 지역인 산도밍고(옛 아이티)가 소개된다. 이와 더불어 독일 제국의 중심지인 빌헬름가와 인디언들의 이주 역사를 보여주면서 러시아, 남극까지 8곳으로 여행한다.
마지막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10개의 장소가 소개되고 있다. 1939년 나치 독일이 폴란드 침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폴란드 동남부에 위치한 글리비체에 위장 잠입한다. 이때 독일군의 군사작전이 일어난 곳이 글리비체 라디오 타워였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파괴적이었던 전쟁의 서막이 열린 곳이다. 그리고 안네 프랑크의 집을 통해 유대인 박해의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이 장에서는 이제는 사라진 냉전시대의 유물을 소개한다. 냉전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DMZ(Korean DMZ)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지금 신냉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정치가들의 권력 다툼과 국가 간의 이권이 뒤엉켜 무고한 시민들이, 특히나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는 현실이 너무 끔찍하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해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전 정보 없이 여행을 떠나면 “산과 들은 아름답고, 건축물은 특이하거나 웅장하고, 교회나 사찰은 엄숙한 느낌이었다”라는 정도의 단편적이고 흐릿한 기억만 남게 된다. 그나마 가이드가 있는 여행인 경우에는 개략적인 설명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여행 뒤 사진을 볼 때면 여기는 어떤 곳이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다녀온 여행이 이렇게 잊혀진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갈 곳에 대해 미리 공부해서 떠나보라.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며 여행을 마친 후에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니까. 휴양지를 선택해서 푹 쉬고 올지라도 그 지역의 맛집, 놀거리,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조금만 찾아보고 간다면 훨씬 안락한 여행이 될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들에 너무 현혹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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