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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같은 소설
휴남동 서점의 처음 몇페이지를 읽었을 때 책 표지를 다시 확인해 볼 만큼 갸웃했다.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일상의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역시나 작가도 좋은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었고
뭐라도 써야겠기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던 내게 친구가 권해준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시작이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지리하게 서점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잠시 그만 읽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한 책을 포기하기 싫었고 먼저 읽은 친구의 추천이 있었기에 끝까지 읽어냈다.
잘 한 것 같다.
휴남동에 서점
작가는 쉴 休라는 글자가 서점 이름에 꼭 들어가야된다고 생각했단다.
'쉼'이라는 짧은 단어에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담고 싶었으리라.
휴남동 마을 안쪽에, 서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곳에 주인공 영주는 자신의 꿈을 담아 서점을 열었다.
처음 몇달은 자신도 손님처럼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매일 책을 읽으며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씻어낸다.
그리고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며 그 작은 휴남동 서점을 기반으로 많은 인연들을 엮어 간다.
바리스타 알바로 서점과 인연을 맺은 민준.
시골에서 최고의 대학에 합격하여 남들이 꿈꾸는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사회에 나올 즈음에 많은 좌절을 겪고 결국 자신이 희망하는 삶을 찾아 휴남동 서점에 들어온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아들 민철과 그의 엄마 희주.
사춘기 아들과의 힘겨운 전투를 넘기기 위해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민철을 설득하고
결국 서점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사람들의 삶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민철.
민철 엄마로 불리던 희주 역시 서점의 독서토론회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커피 전문가 지미.
휴남동 서점에 커피를 배급하는 로스팅업체 고트빈의 대표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수없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잘못된 부부관계에서 오는 부적절함을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서점에서 책보다 명상과 뜨게질 같은 자신의 취미로 시간을 보내는 정서.
계약직으로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시달리다 그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서 자신을 찾아 나간다.
누구보다 주인공 영주
영주는 아픔을 가진 사람이다. 일에 빠져 살다가 갑자기 닥친 공황장애와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이혼 후의 삶.
그래서 서점은 영주의 특별한 휴식의 공간이다.
자신의 서점에 진열된 책들에 대한 소개글을 붙여주는 서점 주인이다.
어떻게든 서점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 작가초청 토크쇼, 독서토론회, 글쓰기 강좌 등을 열면서
사람들이 책과 친해지게 되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작가 승우.
영주와 새로운 교감을 느끼며 둘만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자기들만의 이야기
휴남동 서점에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는 공간의 영향을 받으며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우리들이 원하는 작은 휴식처.
이런 공간이 우리 가까이 있다면 많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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