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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불편한 현지 여건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얼마간 망각의 시간이 흐르면 인도를 그리워하고 다시 가고 싶어한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한번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다시 인도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일까. 류시화 시인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제목의 인도 여행 이야기에서 알아보고 싶었다.
여행과 책의 상관관계
‘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폐쇄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행한 세대에겐 행복했던 유년시절처럼 절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주제가 바로 여행이다. 그러다 보니, 여행 관련 도서와 TV프로그램, 다큐멘터리들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는 일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었다.
내가 류시화 시인을 알게 된 것은 그가 펴낸 시집 “마음 챙김의 시”를 통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뜻하지 않게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병이 되어 심장이 조여 오던 시기에 그 시집을 만났고 시인이 소개한 주옥같은 시들은 베란다에 서 있던 나를 다시 거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엉뚱하고 기발하면서 감동적이기까지 한 인도 여행 이야기가 담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발견하였고 그 자리에서 바로 빠져 들었다.
인도와 인도사람들 이야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인도와 인도사람들의 삶과 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시인은 인도에 대해 인구는 9억을 넘었고, 2백 만명의 박사와 1천만명의 성자가 있는 나라라고 소개하면서 열 번을 여행했지만 여전히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라고 말한다. 인도는 인간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지는 곳이며, 인도인들은 못났고, 가난하고, 마구 밀쳐대고, 불구자 투성이며, 고집세고, 낙천적이고, 기품있고, 성스럽고, 때로는 슬플만치 삶에 대해 열정적이고, 동시에 베짱이보다 더 게으르다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인도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놀랐고 때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당신이 가진 것은 당신이 잠시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므로 다른 사람이 말없이 갖고 가거나(이건 도둑질인데도),나눠서 사용한들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더 기막힌 일은 기차의 기관사가 친구를 만나느라, 신년파티에 참석하느라 몇 시간씩 자리를 비워 모든 승객이 좁은 기차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누구도 항의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여유로움인지 엄청난 이해심인지 모를 평정심에 깜짝 놀랐다.
시인의 정제된 언어로 쓰여진 책으로 읽으니 웃을 수 있겠지만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의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물건을 허락도 없이 사용하고 내가 돈 주고 산 기차의 좌석에 엉덩이를 들이미는 그들을 이해하거나 웃으며 받아주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우리의 여행은 대부분 짜여진 일정으로 알뜰하게 많은 것을 보고 즐기려는 계획이 대부분이니 제멋대로인 현지인들을 이해하는 일과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시간을 버리게 된다면 틀림없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문제다.” 물건을 싸게 흥정해서 기분좋아 돌아서는 시인에게 상인이 건넨 말이다. 이런 생각이 보통의 인도인들의 마인드일까?
인도를 꿈꾸다
아래는 책의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한 대학교수가 있었다. 그는 미국인이었다. 캘리포니아의 UCLA대학 사회학과 교수였던가. 어느 날 그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네팔로 관광여행을 떠났다. 도중에 그는 여행경유지인 인도 북부의 바라나시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의 이야기는 갑자기 끝이 난다. 왜냐하면 존 아무개라는 그 교수는 그곳 바라나시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그는 네팔로도 가지 않았고 미국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잘 나가던 미국인 교수를 눌러앉게 한 그것이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도로의 여행을 꿈꿔본다. 엉뚱하고 기발한 인도 사람들과 아름다운 사막의 별, 오랜 유적지를 돌아보고 명상에도 입문해서 인도에서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하여 영원한 지혜를 축복하는 신들의 나라로 갈 날이 정말 올까. 이 책 덕분에 미지의 인도라는 나라와 인도사람들이 어느새 친근하게 내게로 다가왔다.
류시화 시인에 대해
시인이자 명상가로 알려진 류시화는 누구일까. 사진만 보면 들국화의 전인권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락커Rocker)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는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안재찬이란 본명으로 등단하여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당시 문단의 시각과 다른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추구하다 갈등을 겪으며 절필을 선언했다고 한다. 그 후 10여 년간 티벳과 인도 등을 돌며 명상 활동을 하다가, 1991년 ‘류시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집으로 다시 시인으로 등장했다. 이 시집이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류시화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으로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등의 시집이 있으며, 『성자가 된 청소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시집』 등 명상관련 서적을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했고,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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