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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마음의 이야기

맨발의 추억

story writer 2023. 4. 24. 22:45

목차



    맨발의 추억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작가가 쓴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다.

    문득 공감가는 한 장면에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되새겼다.

    물론 이어령 선생과 나의 나이 간격은 크지만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므로 어린시절 비슷한 기억이 있다.

     

    선생이 주로 밤에 꾸는 꿈 세가지에 대해 말한다.

    6,25 전쟁이 나서 도망가는 꿈, 신발 잃어버린 꿈 그리고 높은 마루에서 추락하는 꿈이다.

    세 가지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그중 신발 잃어버리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고 했다.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교실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나와보니 교실 밖 신발장에 있어야할 신발이 사라지고 없었다

    낡아빠진 짝짝이의 끊어진 신발 하나랑 너덜너덜한 신발 하나가 남아 있었다.

    어린 아이가 맨발로 가는 것이 뭐가 부끄러우랴만 분했다고 했다.

    신발은 자연과 그를 분리시키면서 또 연결시켜주는 수단이라 결국 신발을 뺏긴 것은 문화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했다.

    열렬히 지적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고 그래서 외로웠다는 이어령 선생은

    혼자 맨발로 교정을 걸어나오는 기분으로 삶을 살았다고 회고한다.

     

    신발 잃어버린 기억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시키신 일을 마치고 나오니 내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여기저기 뒤져 보았지만 남은 신발 조차도 없었다.

    선생이 꿈에 보인다는 너덜너덜한 신발 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새 신발이었고 예쁜 샌달이었다.

    어릴 때부터 신발 욕심이 많았다는 내가 새로산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간 첫날이었다.

    결국 맨발로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께 말도 못하고 분한 마음에 맨발로 20분 넘게 걸어 집에 도착해서 서러움이 터졌다.

    바꿔신고 간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훔쳐가 버렸고 그 이후 학교에서 그 신발을 신은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난 참 빨리 극복하는 성격인가보다.

    그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선생의 회고 속에서 나를 만났다.

    그날 맨발로 걸었던 기억만큼은 생생한 걸 보면 참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내 삶이 평범하듯이 선생과 같이 큰 의미로 해석하지도 않으며 

    꼬꼬마 시절의 흐릿하면서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맨발로 걷기

    요즘은 건강을 위해 조성된 황톳길들이 많이 보인다.

    건강에 좋다고 맨발로 흙길을 걷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10여년전 뉴질랜드에서 잠시 머물렀던 때가 있었다.

    거기 사람들은 정말 자연스럽게 맨발로 다니곤 했다.

    마트에서도 길에서도 맨발로 유유히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했다.

     

    한번은 집으로 가는 길에 맨발로 걸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 신발을 들고 걸어간 적이 있다.

    10분도 안되는 거리였고 발바닥에 가시라도 박힐까 조심조심 걸어갔다.

    나름 잼있어하며 건강에도 좋다니 자주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집에 도착해서 보니 엄지발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살짝 끌린 느낌이 있었는게 발톱 부위가 긁혀 피가 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룰루랄라하며 나도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을 일컫는 말)가 된 듯 즐겁게 걸었던 것이다.

    그 일 이후로 다시는 맨발 투혼을 시도하지 못했다.

    내 피부는 약하고 단련되지 못했으므로 굳이 피를 부르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신발을 잃고 맨발로 걸어가던 그 시절의 나는 많이 속상했겠지만

    다음날, 던져둔 헌 신발을 신고 꿎꿎이 등교길에 나섰다.

    내가 좀 더 애살있는 사람이었다면 삶이 좀 더 풍요로왔을까.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지금의 나도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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