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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잡다한 이야기들

빵굽는 일요일

by story writer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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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스콘 굽기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이다.

커피를 내리다가 문득 빵을 구워볼까 하고 냉장고를 뒤졌다. 다행히 약간의 버터와 우유가 있었고 냉동블루베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전 어느 유튜버의 간단한 블루베리 스콘 만들기 영상에서 옮겨 놓았었던 재료 리스트를 찾아

버벅거리며 따라하기에 나섰다.

 

요리에는 취미도 없고 재미를 붙여본 적도 없다. 다만 십여년 전쯤 잠시 살았던 뉴질랜드에서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등록한 학교에서 빵 만들기와 커피 내리기를 배웠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학교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적당한 과정이었고 나름 재미도 있겠다 싶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때가 아니었다면 절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나의 베이킹 경험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가끔 그때 배운 스콘이나 머핀 정도를 만들어 본다. 그게 빵이라고? 내겐 충분하다.

 

사실 빵은 굽는 동안 오븐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에서 먼저 끌린다. 버터와 어우러진 밀가루에서 나오는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자연스럽게 빵집 문을 열게 만든다. 오늘 아침 늦잠에서 깨어나 그 빵냄새가 그리웠나 보다. 숙성이나 휴지 같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없는 스콘 만들기는 게으른 나에게 딱이다.

 

레시피가 제시한 분량에 딱맞게 남아있던 박력분은 유통기한이 살짝 지나있었다. '유통기한 지난 밀가루를 먹어도 되는걸까? 한달 정도의 기간동안 밀가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집게로 단단히 막아놓았으니 괜찮을거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남은 밀가루를 다 털어넣었다. 잘게 썰어놓은 버터와 가루들을 섞고 보니 냉동블루베리가 녹고 있었다. 황급히 함께 넣고 뭉치는 사이 블루베리는 형체가 사라진 보랏빛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최후를 맞았다. 

 

커피와 스콘

햇살이 찬란한 아침이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벚나무들이 여름으로 가고 있다. 봄의 중심을 차지하던 꽃잎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연두색으로 차오른 잎들도 점점 초록빛이 짙어지고 있다. 자연의 색은 어느 계절이어도 이쁘다. 갓내린 커피와 따끈한 스콘으로 행복한 아침 식사를 즐기며 바라보는 거리의 모습이 평화롭다.  지금 이 시간의 여유를 기억하며 새로 시작할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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