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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볼

    즐거운 만남이 있는 자리

    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몇 잔의 술로 살짝 취기가 오를 때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간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사람들과 나누는 수다와 웃음이 즐거움을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술자리에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진정으로 사람을 좋아해서 술자리에 가는 것이지 술을 마시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하이볼 한잔'이라는 오묘한 제목에 끌려 책을 받아들었더니 글쓴이가 두꺼비였다. 이 한마디에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바로 그의 정체를 이해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 술의 역사를 이끌어 온 바로 그분이시다. 코로나19로 유난히 길어진, 홀로 보내는 밤에 즐길 수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 나홀로 하이볼' 16가지, 사랑하는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별이 빛나는 밤에 너와 내가 하이볼' 12가지, 술과 함께 즐기는 '빈속에 잠 못 이루는 별이 빛나는 밤에' 10가지 안주까지 세 파트로 구성된 두꺼비님의 하이볼과 안주 레시피를 따라가 보았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하이볼

    최근 하이볼이 유행이다. 여기저기 하이볼이 소개되고 있어 도대체 하이볼이 뭘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두꺼비님의 말씀에 따르면 하이볼은 위스키처럼 독한 술에 탄산수나 소다수를 타서 먹는 술을 의미하며 미국에서 유래했다. 하이볼이란 이름의 어원은 술자리 게임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술잔에 골프공이 빠진 일화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소주나 위스키에 탄산수, 소다수를 섞어 마시는 원래 의미의 하이볼을 뛰어넘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소주에 맥주를 섞는 '소맥'부터 달달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소주에 섞어 먹는 하이볼까지 점점 발전, 진화하고 있다. 

     

    두꺼비님이 알려준 하이볼 레시피 중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선택이다. 나홀로 마실 하이볼은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안된다. 그래서 여기 소개된 레시피들도 대부분 수고로움을 피해 섞기만 하면 되는 음료들이다. 맨처음 홍초주다. 소주(진*):소다수(스프라**):홍초=1:1:0.5의 비율로 잘 섞으면 붉고 투명한 빛깔의 하이볼이 만들어진다. 다들 아는 맛일 것 같은 홍초주는 그 새콤한 느낌 때문에 이미 입안에 침이 고인다. 소주와 모구모구(음료수)를 1대 4의 비율로 섞은 모구모구주도 좋을 것 같다. 태국 음료수인 모구모구는 여러가지 과일맛으로 코코넛 알갱이가 들어있고 종류에 따라 색깔도 다양해서 소주와 섞으면 부드럽고 달콤한 하이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달달한 맛이 싫다면 소주와 아메리카노를 1대 5로 섞은 커피 소주를 마셔보자. 다만 혼술하는 밤에 커피 소주를 마시면 텐션은 점점 더 올라갈 것이고 예민한 심장이 요동치면 잠자기는 글렀다고 봐야하니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둘이 마시면 좋을 것 같은 하이볼 레시피는 아무래도 손이 조금 더 가는 것들이다. 수박소주는 수박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수박살과 소주, 소다수를 1대 1로 부은 후 냉장고에서 2시간 숙성시키면 된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하이볼이다. 아무생각없이 퍼먹다간 큰 일 나겠지만 말이다. 멜론소주도 방법은 똑같다. 소다수가 아닌 토닉워터를 쓰고 취향에 따라 소다수를 가미한다는 점만 다르다. 구슬아이스크림과 소주를 혼합한 구슬주, 소주2잔에 '뽕따' 1개를 짜놓고 섞은 후 위에 솜사탕을 얹은 솜사탕주 같은 하이볼은 연인끼리 만들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가벼운 하이볼이라도 안주가 빠지면 섭섭하다. 고추참치에 치즈를 올린 치즈고추참치는 간단하면서도 맛있어 보인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떡볶이도 빠지지 않는다. 라이스페이퍼를 넣은 떡볶이라니 참신한 맛이 기대된다. 

    술과 함께 그리운 여행의 추억

    두꺼비님은 지난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주려는 듯 다양한 도시의 컬러 화보 같은 사진들을 중간중간에 넣어주었다. 힘든 시간에 대한 위로를 받는 느낌과 함께 다음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뒤섞여 마음 한쪽이 따듯해 진다. 파리의 기차안, 아름다운 꽃들 뒤로 보이는 에펠탑과 노을진 하늘, 낙엽진 거리와 개선문이 우리가 기억하는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준다. 보랏빛 자카란다가 만발한 봄의 시드니, 낙타타고 피라미드를 만나는 이집트, 서핑 하와이 그리고 런던의 빅벤까지 오래된 사진첩을 들추듯 중간중간에 끼어진 도시의 풍경들이 다시 그리움을 들춘다.

     

    코로나19로 인해 계속된 분리와 단절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여행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인원과 시간 제한으로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작은 술자리에서 맘껏 떠들고 즐기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다보면 함께 했던 여행이 떠올라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보탠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물러가면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새삼 의기투합한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 오늘은 가볍게 혼술을 하며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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