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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음식, 한반도의 음식문화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는 그렇게 규정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리적 위치가 우리에게 미친 식문화는 어떠할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바다에서 어떤 먹거리를 찾았을까? ‘바다음식의 인문학’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식문화의 역사와 다양한 바다 식재료를 소개하고 우리 식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안 등을 두루 살핀다.
이 책을 쓴 정혜경 작가는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다. 대학에서 서구 영양학을 공부 했지만 한식 을 배우면서 우리나라 음식에 매료되어 한국의 밥, 채소, 고기와 장, 전통주 문화를 연구해 왔다. 《밥의 인문학》, 《채소의 인문학》 《고기의 인문학》 외에 다양한 저서들이 그의 연구를 증명해 주고 있다.
바다음식의 역사
바다나 강에서 나는 수산물은 굶주림을 해결해준 먹거리이자 미식을 위한 식재료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인은 바다를 사랑하고 이로부터 소중한 먹거리를 구해왔다. 선사시대는 어로와 수렵 중심의 시대였다. 신석기시대는 어패류 식생활 민족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생업인 어로가 보이며 이 활동의 산물로 다수의 조개무지가 형성된다. 기원전 100년경에는 한반도 북부에 고구려, 예맥, 부여, 옥저, 낙랑, 한반도 남부에 마한, 진한, 변한의 부족국가가 세워졌던 시절은 어로를 중심으로 하는 어로부족과 민무늬토기와 농경을 주로 하는 농경부족의 대치 상황에서 어로와 농경을 병행하는 음식문화를 가졌다고 보인다. 삼국시대에는 항해기술이 바랄하면서 가까운 바다 뿐 아니라 먼바다로 나가 고래나 바다표범 등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바다는 중요한 식품공급처였다. 불교를 믿었던 고려시대에는 고기 대신 수산물을 주로 먹었다. 생선 뿐 아니라 패류, 게와 새우, 해조류까지 즐겨 먹었다. 조선시대에는 수산물의 종류가 더욱 다채로워진다. 왕실잔치에서 수산물이 귀한 식재료로 사용되었고 왕의 하사품으로 사용되었다. 세조14년에 간행된 ‘신찬팔도지리지’와 성종12년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같은 지리서에 수산물의 명칭이 많이 실려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1883년 ‘한일어업협약’을 강제로 체결하여 우히 바다에서 해삼, 전복 같은 고급 해산물을 마구 채취했다. 우리 어민들의 생계 자원을 모조리 박탈하고 온갖 만행을 자행했다. 이 시기는 전통 식문화가 근대 식문화로 전환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서구식 식품가공기술 도입으로 식품 가공 공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한 생산이었다. 조선의 개항 초기에 일본 어민이 조선 어장에 진출한 이유는 일본인이 선호하는 어종인 삼치, 장어, 멸치 등이 조선 어장에 많았으나 조선인은 조기, 명태, 대구 등을 좋아했기 때문에 생선에 대한 선호도가 한국과 일본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어종을 둘러싸고 조선 어민과의 경합이 적었고, 일본에서 판매할 수 없는 잡어는 조선 상인들이 매입해주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특히 수산서를 집필한 지식인들이 있었다. 백성이 굶주리지 않도록 바다음식을 연구하고 기록했다. 특히 조선최초의 수산서인 ‘김려의 우해이어보’를 비롯하여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어명고, 임원경제지/전어지’,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만물편 충어류’ 등 물고기 백과사전류의 서적들이 편찬되어 조선의 수산물들을 잘 기록하고 있다. 또한 풍속화를 통해서 조선의 고기잡이 현장을 볼수 있다. ‘김준근의 천렵’, ‘조영석의 어선도’, ‘김홍도의 고기잡이’, ‘유운홍의 고깃배’, ‘정세광의 천어도’ 등의 그림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단, 천렵은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바다음식들의 종류와 요리법
수산물은 크게 생선, 연체류, 갑각류와 패류, 해조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오낼 세월 먹으며 사랑해온 바다음식에 대해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바다와 강의 주인공, 생선 편에서는 명태, 대구, 조기, 갈치, 고등어, 청어, 민어, 홍어에서 “썩어도 준치”라고 불린 생선의 귀족 준치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 외 다양한 바다생선 외에도 강와 호수에서 서식하는 잉어, 붕어, 뱀장어 등의 민물고기도 소개된다. 또한 오징어, 낙지, 문어 등의 연체동물, 새우, 게 등의 갑각류, 조개, 굴 등의 패류에 이어 우리의 독특한 먹거리인 해조류에 대해서도 우린 식문화의 특이성과 우수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바다음식을 요리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만두, 죽, 국밥 등에서 해산물이 주재료로 쓰인다. 그리고 각종 국, 탕, 찌개, 조치, 지짐이 그리고 전골로도 변신한다. 생선은 구이 뿐 아니라 조림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특별한 날 상에 오르는 반가 도미찜에서 서민 아귀찜까지 다양한 찜요리는 물론 승기악탕, 금중탕, 도미국수같은 화려한 생선요리들이 이었다. 또 우리의 독특한 식문화 중의 하나로 발효한 식해와 젓갈이 있다. 해산물 요리중 기름을 이용한 음식으로 튀김과 튀각, 부각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음식,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먹거리
작가는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먹거리인 바다음식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도 소개되고 있다. 바다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희생양이 되어 우리가 언제까지 바다로부터 소중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이 책에서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양관리협의회 인증과 지구촌 바다음식을 걱정하는 슬로피시 운동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책 말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먹거리였던 바다음식의 전통 조리법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에게 바다는 주요한 삶의 터전이었고 지금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먹고 있는 나라이고 바다음식에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먹거리인 바다음식의 조리법은 보전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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