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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영어
한때 애니메이션 영화에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부끄럽지만 영어를 말하겠다는 일념으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어른 영화보다 쉬울 거라는 혼자만의 오해가 깔려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어린이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는 삶에 대한 메시지가 진하게 깔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었다. 결국 영어를 공부하겠다는 처음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자막에 의존해서 그저 영화에만 홀릭해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실제 영화에서 들리는 소리가 우리말처럼 익숙해 질만큼 여러 차례 돌려 본 영화들도 많다. 그렇게 하여 영어 말하기와는 별 상관없이 애니메이션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어른이가 되어 버렸다. 그때 본 영화들 중에 몇몇은 지금도 여전히 반복해서 보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였다면 다 늘어져서 형체가 없어질 만큼의 횟수가 될 터이지만 다행히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들은 하드디스크가 망가지지 않는 한 무한 반복이 가능하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리옹과 폴 보큐즈
몇 년 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전기자동차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리옹이 내가 사랑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유명 요리사 ‘구스토’의 실제 모델인 ‘폴 보큐즈’의 동네라는 사실에 엄청 흥분했었다. ‘요리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폴 보큐즈는 미슐랭이 생긴 이래로 별3개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그를 만나거나 그의 레스토랑을 가볼 시간도, 미식을 찾아다닐 형편도 아니었지만 내겐 성지 순례 같은 느낌의 출장이었다. 그리고 다음 나의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리옹과 프랑스 남부지역을 올림으로써 다시 그곳을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아직도 기다림).
원조 먹방, 라따뚜이
라따뚜이는 픽사가 제작하고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2007년에 보급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레미는 시골 마을 어느 집의 다락방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살던 ‘시골쥐’였다. 집주인 할머니가 보던 구스토의 요리책 ‘Anyone it can cook’으로 밤마다 몰래 요리에 대한 열정을 키운 그는 주방에서 절대 발견되면 안 되는 ‘쥐’의 신분으로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꾼다.
어느 날, 그의 실수로 그들의 정체가 발각되고 대탈출을 감행하는 와중에 레미는 혼자 길을 잃고 헤매다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된다. 바로 그곳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구스토의 레스토랑이다. 그곳에는 레미처럼 소외된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구스토의 숨겨진 아들인 링귀니가 이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재능 없는 견습생으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던 링귀니는 구스토의 동업자의 음모로 해고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이렇게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요리를 하게 된다. 요리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넘치지만 쥐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레미는 사람이지만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를 내세워 자신의 요리를 만들어 간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작은 방에서 링귀니와 레미의 우정이 싹트고 둘의 신뢰가 바탕이 된 구스토 레스토랑의 요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구스토 레스토랑과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구스토의 요리 철학을 비판하던 요리평론가조차도 이들의 요리를 극찬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글보글 끓는 수프, 둑닥 거리는 도마소리, 후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허브 내음이 느껴져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가히 ‘원조먹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함께 움직이고 맛보며 영화를 즐겼다.
열정, 도전으로 꿈을 이루다.
여느 쥐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며 뒷골목에 숨어서 먹고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레미는 우리에게 어려운 환경에도 꿈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능은 있지만 처한 환경 때문에 무시를 당하는 레미와 재능이 없어 시작도 하기전부터 편견 때문에 좌절하는 링귀니는 포기하지 않고 의기투합하여 도전하고 결국 꿈을 이룬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열정과 도전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우리 주변에도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으로부터 상처받고 좌절하여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지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 좌절했던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열정을 되찾고 새롭게 도전하여 꿈을 이루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 또한 새로운 도전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에 다시 한 번 빠져든다.
‘라따뚜이(ratatouille)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서 즐겨먹는 전통적인 채소 스튜로
가지, 호박, 피망, 토마토 등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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