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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해와 컬러퍼플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보라색은 BTS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트위터 공식계정을 ‘보라해가스’(BORAHAEGAS)로 바꾸고, 도시 곳곳에 ‘보라해가스’라는 문구를 새겼다고 한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응원구호인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를 합성한 말이다. 나는 아미는 아니지만 BTS의 노래를 좋아하고 그들의 성공을 축하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BTS의 보라해는 팬미팅에서 아미들이 보라색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을 보고 감동한 뷔가 만든 말이다. 보라색은 무지개의 마지막 색깔이다. 보라해는 상대방을 믿고 서로 오래 사랑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반가운 BTS의 공연소식을 듣고 넷플릭스를 열었더니 이 영화 ‘컬러 퍼플’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보라색이라는 공통점에 끌려 두시간 반이 넘는 상영시간이 부담스러웠음에도 바로 클릭하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퍼플, 즉 보라색은 파란색(하늘)과 빨간색(피)을 혼합한 색으로 신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색이다. 즉, 고귀함, 신성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영화는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라는 다름에서 비롯된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퍼플은 그 속에서도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다, 컬러 퍼플
이 영화는 미국의 흑인 여성작가인 앨리스 워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이 소설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85년에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우피 골드버그가 주인공인 셀리 역으로 주연을 맡았으며 대니 글러버(앨버트 미스터 역), 오프라 윈프리(소피아 역)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1900년대 초 미국 조지아주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셀리는 아버지로부터 늘 못생겼다고 타박을 받지만 착하고 복종하는 딸이다. 셀리에게는 두 살 아래의 예쁜 여동생 네티가 있고 둘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매이다. 그러나 친아버지인줄 알았던 그 남자는 의붓아버지였고 14살에 불과한 나이에 셀리를 성폭행해 아이를 두 차례나 낳게 만든다. 의붓아버지는 셀리가 낳은 아이들을 태어나자마자 새뮤얼 목사부부에게 준다. 아이가 없던 목사부부는 그 아기들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고 잘 보살핀다.
어느 날, 미스터(앨버트)라는 남자가 네티를 아내로 맞으려고 찾아오지만 의붓아버지는 셀리를 대신 보낸다. 미스터는 이미 아이가 셋이나 있는 남자였고 셀리는 그곳에서도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 살림을 꾸리고 아이들을 돌보며 미스터의 폭력과 무시에도 무던히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쳐온 네티가 함께 살게 된다. 네티는 학교에서 배운 글읽기를 셀리에게도 가르쳐주며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스터가 네티를 겁탈하려 하고 이에 반항하자 결국 미스터는 네티를 집에서 쫓아내 버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셀리는 멀어져가는 네티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린다.
때마침 동네 목사의 딸이자 떠돌이 가수인 셔그 에이버리가 나타난다. 앨버트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셔그는 공연 도중 병으로 쓰러지고 앨버트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간호하며 함께 살게 된다. 셀리는 그런 셔그를 따뜻하게 보살펴 준다. 영화는 셀리에게 혹독하지만 셔그에겐 옴짝달싹도 못하는 이중적인 면을 가진 앨버트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약간이 동정심을 유발시켜준다. 아버지의 반대로 셔그와 결혼하지 못했고 여전히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나약한 남자로 앨버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셀리의 정성에 감동한 셔그는 셀리에게 새로운 삶에 대해 눈뜨게 해주고 저항할 용기를 키우게 해준다. 둘은 그동안 앨버트가 가로챈 네티의 편지를 찾아내고 네티와 새뮤엘 목사부부, 그리고 셀리의 두 아이가 선교를 떠난 아프리카에서 무사히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흑인이던 이들이 미국인인지도, 선교 때문에 아프리카에 와 있는지를 모르는 이민당국으로 인해 오랜 세월 아프리카에 머물게 된다. 이후 셀리가 떠난 집에서 이민국의 편지를 받은 미스터의 주선으로 미국에 돌아오게 된다. 영화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장면을 끝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이 영화는 여성을 무시하고 도구화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흑인을 노예로만 바라보는 단순하고 극단적인 백인 중심의 시선이 동시에 지배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있다. 물론 1900년대 사회적으로 미숙하던 미국의 상황을 묘사한 소설,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과 세상에 대해서도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깔도, 부의 정도도 아닌 누구나 평등한 인간 그 자체로 우리의 존엄성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영화는 내내 무겁지만 생각하게 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보라색과 관련한 상식 한 가지
퍼플칼라(Purple Collar)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는 이미 익숙한 말이지만 퍼플칼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근로자와 근로 형태를 의미한다.
빨간색(여성)과 파란색(남성, 일)을 혼합하여 만들어지는 색깔인 보라색으로 단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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