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우연히 넷플릭스 추천으로 “84번가의 연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소개와 안소니 홉킨스의 오래전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선택했던 영화다. 1970년에 출간된 헬레인 한프의 회고록인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영화화한 작품이었고, “연인”이라는 타이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책을 사이에 두고 런던의 중고서점의 직원과 뉴욕의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 간에 오간 책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에둘러 짐작하면서 제목에 대한 시비는 접어 두기로 했다. 채링크로스 84번가와 만나다. 그 영화를 본 이후 다시 책을 찾아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영화를 본 이후 영화의 원작 도서를 찾아보면 대부분 영화에 대한 실망으로 다가온다.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표현..

영화를 통한 인문학 여행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책이다. 단순한 영화 소개 책자가 아니라 각각의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를 중심으로 8가지 주제에 따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래된 영화부터 최신영화까지 각 대사가 한글과 영어로 표기되어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가 책표지에 쓴 것처럼 “이 책은 명작 영화 속 명언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통찰하는 힐링 인문학 여행서”이다. 인문학자로서 김태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어마어마한 분량의 영화를 본 것이 확실하고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인문학적 요소들을 끌어내어 정리했다는 점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영화들 중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이번 기회를 통해 영화에 대해 좀 더 알고 저자가 소개한 ..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혼자 하는 여행을 권한다. 혼자 하는 여행 나도 혼자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목적지에서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 떠난 적은 있지만 오롯이 전체 여행을 혼자 하기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크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혼자 헤매거나 나쁜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 싶은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감동적인 장면을 접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 했을 때 우리는 혼자 조용히 음미하기 보다 함께 있는 사람과 나누고 즐기는 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

업무상 해외출장이 가끔 있었지만 내게 유럽 출장의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유럽은 꼭 가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였기에 6~7년 전 드디어 휴가를 얻어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가 파리 드골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유럽에 첫 입성을 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 큰 도시들로 짜인 일정을 즐겼고 나에게 유럽은 큰 도시로만 연결되어 있다. 유럽 여행의 기준을 바꿔라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진짜 유럽은 시골에 있다고. 그에게 대도시는 시골로 들어가는 통로일 뿐이며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들르는 장소일 뿐이라고. 오롯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와 문화를 보고 이해하기 위해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시골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문정훈 ..